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의 제3자 재산추징 관련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89)의 불법재산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재산을 압류당한 박모씨(57)의 이의신청 사건 재판부가 제청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9조의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범인 외 사람이 불법인 사정을 알면서도 취득한 불법재산에 대해 별도 재판 없이 검사 판단만으로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전 전 대통령 불법재산 환수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3년 신설됐다.
박씨는 2011년 4월 전 전 대통령 큰아들 전재국씨(61)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재홍씨(64)에게 27억원을 주고 이 땅 일부를 샀다.
검찰은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불법재산임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은 제3자 상대로 추징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2013년 7월 박씨 부동산도 압류했다. 박씨는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땅을 샀다”며 서울고법에 재판에 관한 이의신청을 냈다. 또 재판부에 해당 법조항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당시 이의신청 재판에서 박씨는 불법재산인 사실을 모르고 땅을 샀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박씨가 전 전 대통령 아들이 제3자 명의로 해당 땅을 사들인 정황을 알았다고 보고 이를 압류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이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고 국민 재산권,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헌재 판단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따른 추징판결 집행은 성질상 신속성과 밀행성이 요구된다”며 “추징판결 집행에 앞서 제3자에게 통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적법절차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봤다.
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특정공무원범죄로 취득한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해 국가형벌권 실현을 보장하고 공직사회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는 해당 조항 입법목적은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라며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이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집행 용이함이나 밀행성 요구가 사전고지나 청문절차 부재를 정당화하는 방패가 될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이들은 “‘범죄 뒤 그 정황을 알지 못한 채 불법재산 등을 취득한 경우에 불과해 제3자 추징을 당할 경우가 아닌데도 검사가 요건을 갖췄다고 자의적 판단해 추징집행을 한 경우’엔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 선의의 제3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서울=뉴스1)
2020-02-27 05:11: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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