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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차 유행 전문가 긴급진단]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14일 오전 서울 송파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말임에도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천명을 넘겼다. 1월20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이후 두번의 큰 유행이 있었고, 그때마다 정부와 언론은 현재가 가장 위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였으나, 이번주가 지난 1년을 통틀어 가장 위기다. 3차 유행의 시작점은 11월12일이다. 기존 100명 중반으로 유지되던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91명으로 늘었으며, 이후 큰 감소 없이 지속적으로 유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차 유행은 1~2차 유행에 비해서 훨씬 더 지속 기간이 길고 확진자 수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오늘이 유행의 정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행 감소에 효과가 있었던 기존 대책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유행은 지속되고 있다. 1~2차 유행은 해당 지역의 강력한 통제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종결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처는 유행이 확인됨과 동시에 신속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3차 유행은 강화된 거리두기에 해당하는 2.5단계에 도달하기까지 4주가 소요됐으며, 점진적이고 개별적인 대책으로 인해 유행 통제에 실패하고 있다. 2단계까지는 유행 확산을 줄일 수 없음이 자명하게 드러났고, 2.5단계도 시행 후 1주일 동안 외려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는 거리두기의 효과가 1~2차 유행보다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차 유행은 다양한 지역, 연령대, 사회활동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공통점이 있는 유행은 대응이 쉽다. 그러나 방역의 장소와 대상을 찾기 어려운 유행은 대처가 어렵다. 정부의 대응 실패, 시민의 위기의식 저하, 계절적 요인 등의 요소가 3차 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큰 유행의 궁극적인 원인은 범유행 감염병의 특성에 있다. 유행할 때마다 그 크기가 커지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감염되어 집단면역이 획득되어야 끝나는 것이 범유행 감염병이다. 우리는 가혹한 자연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3차 유행의 정점과 종료 여부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명확한 전략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 3차 유행이 어느 정도 통제되더라도 우리는 한번 더 4차 유행을 겪어야 할 것이 자명하다. 2월 대구의 1차 유행, 5월 이태원발 소규모 유행, 8월 수도권 2차 유행, 11월 3차 유행 등 석달 간격으로 파도가 밀려온다. 4차 유행 또한 이번 유행이 종결되더라도 3개월 뒤 도달할 것이다. 4차 유행의 시점은 결국 3차 유행 대응 결과가 될 것이다. 3차 유행 대응의 목표는 최대한 확산을 방지하여 확진자 발생 곡선을 평탄하게 만들고 백신 확보 직전에 올 가장 큰 4차 유행을 대비하는 것이다. 이제 3차 유행 직전의 하루 평균 확진자 100명 단위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과 지역사회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끝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무력하게 범유행을 지켜봐야 했던 과거와 다르게 인류는 발전된 생명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백신을 완성했다. 현재까지 승인된 백신들은 유행을 종결하는 데 충분히 효과적이고, 그 효과에 견줘 부작용은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그런 평가의 결과가 영국, 미국의 긴급사용승인이다. 이제 미국과 유럽 학계에선 감염자로 인한 면역 획득과 백신 접종을 통해 각 나라의 인구가 집단면역을 획득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미국은 이르면 내년 7월에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가 끝나는 시점을 선진국에서는 늦어도 2021년 겨울로 보고 있다. 위기 종결 시점은 단 하나의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확진자 수와 백신 접종자 수의 합이 언제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느냐이다. 지금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 싸움은 두가지 접근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버텨야 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고, ‘시간을 버는 것’이다. 인내의 시간 단축은 단 한가지의 선택으로 가능하다. 최대한 백신 도입과 접종 시기를 당겨야 한다. 이미 영국은 접종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다. 내년 3월이 되면 최소한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명의 접종 자료가 생긴다. 시간을 버는 것은 현재의 유행 통제를 의미한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우리는 내년 3분기가 지나야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거리두기는 오래 지속될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장기적인 피해가 누적된다. 거리두기 3단계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최소 2주 이상 실시해, 곡선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상향은 빠르고 신속하게, 하향은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대응만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국민들도 지루하게 이어지는 점진적 상향보다 적절한 시기에 수행된 강도 높은 조치가 더 견딜 만할 것이다. 둘째, 선제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적극적 검사와 진단검사 능력을 보충해야 한다. 현재 도입 검토 중인 신속항원검사는 검사 소요 시간이 단축되고 현장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으로 인해 위양성과 위음성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의 유전자증폭(PCR) 기반 진단검사가 우선 확대돼야 한다. 또한 신속항원검사와 비슷한 30분이면 유전자증폭 검사가 가능한 최신 기술과 장비를 확산시켜야 한다. 신속항원검사는 유전자증폭 진단검사가 어렵거나, 반복 검사가 요구되는 한정적 영역에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이미 의료인력의 피로감이 극심하다. 이제는 매일 1천명 단위의 확진자를 치료해야 한다. 병상 확보, 특히 중환자에 대한 진료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 전용 이동형 병원 설치 등이 준비되고 있으나, 당장 중환자 증가에 대비하기는 부족하다. 장비와 공간은 어떻게 하더라도 의료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당장 숙련된 의료인력 확보가 가능한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협력을 얻어야 하다. 그러나 민간 의료기관은 정부의 보상과 통제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고, 이 불신은 여러 근거가 있다. 정부는 민간병원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으로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신뢰와 협력은 재정적 지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빨리 백신 도입 시기와 접종 계획을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언제 끝나는지 알고 버티는 것과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차이가 크다. 시민들에게도 당부드린다. 우리 국민만큼 거리두기와 역학조사, 비약물적 중재(행동요법)에 호의적으로 반응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더 도와주셔야 할 것이 있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 누군가가 어디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지워야 한다. 몸이 안 좋거나 의심되는 일이 있으시면 적극적으로 검사에 참여해야 한다. 시민이 시민을 지켜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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