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코로나19 방역 실패' 궁지 몰리자 외부로 화살 돌리기 - 한겨레
확진 1천명 넘어 여야 비판 거세고
시진핑 내달 국빈방일 연기되자
외교적 걸림돌 해소 판단 전격조처
일 교수 “지역감염 이미 확산
입국제한 해도 실효성 없을 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입국자에 대해 사실상 2주간 격리라는 강경책을 꺼낸 것은 코로나19 초기 방역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보수 지지층을 달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이런 입국제한 강화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베 정부는 6일 도쿄에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하는 이들에게 2주간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한국·홍콩·마카오에 적용되던 무비자 혜택도 중단하며, 이미 발급된 비자도 효력을 정지하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방역대책을 확정했다. 앞서 5일 저녁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을 각의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조처를 내놓은 직접적인 계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달 국빈 방일이 연기되면서 외교적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국내 보수파 여론에도 아베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및 저장성 체류자에 대한 입국 거부 조처로 한정했다. 그동안은 아베 정부가 대중 외교의 집대성으로 내세우고 싶어하는 시 주석의 4월 방일을 앞두고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일본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나 외출 제한 조처를 이미 취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도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한 듯 보인다. 실제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저녁 “쌍방이 감염 상황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쌍방은 외교경로를 통해 밀접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한국을 끼워넣어 중국을 배려하는 한편, 한-일 갈등으로 악화된 국내의 ‘반한 정서’에도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베 정부의 이번 조처는 코로나19 방역 실패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최근 1000명을 돌파하면서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이 거세졌다. 지난 3일에는 우파 성향의 야마다 히로시 자민당 의원이 아베 총리에게 “외국으로부터의 (코로나19 감염) 유입이 완전히 막혀 있지 않다”고 다그쳤다. 한 자민당 의원은 아베 정부가 “초동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가 주위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판만 받을 뿐이다. 과한 게 낫다”고 주변에 말했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를 보면 이번 조처의 국내정치적 맥락이 드러난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6일 기자회견에서 ‘격리 조처’에 대해 “어디까지나 (대기) 요청이다. 강제력이 없다”며 파장을 줄이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왕래 가능한 공항을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으로 제한, 무비자 방문 중지, 기존 비자 발급 효력 정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갑작스러운 검역 강화 조처는 뒤늦었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토 야스유키 국제의료복지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신규 환자가 일본 내 감염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제한된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도 국내 유입 억제에서 국내 감염 확산 방지로 역점을 옮기겠다고 말해왔는데 전략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2020-03-06 09:21:0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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