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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귀촌인? 농촌 인구 감소 외면한 귀촌 통계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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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그린뉴딜보다 생존뉴딜
③ 농민기본소득

도시의 동에서 읍·면으로 이주하면
모두 ‘귀촌’으로 분류하는 통계 탓에
아파트 살며 서울로 출근해도 귀촌인
귀촌인은 느는데 농촌은 소멸 위기

서울 1㎢ 인구밀도 전국 평균 251배
농민 수 농촌 인구 감소보다 가팔라
농업·농촌 지키려면 기본소득 절실
지역균형뉴딜에 농업·농촌 언급 없어

2009년 311만7천여명이던 농가 인구가 2019년 224만5천여명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전남 보성으로 귀농한 청년 농부 한진희씨가 지난달 농부가 된 뒤 처음 수확한 수수. 한진희 제공
2009년 311만7천여명이던 농가 인구가 2019년 224만5천여명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전남 보성으로 귀농한 청년 농부 한진희씨가 지난달 농부가 된 뒤 처음 수확한 수수. 한진희 제공
▶ 2020년 여름 한국에 닥친 유례없는 장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했다. 호평받는 ‘케이(K)-방역’과 달리 ‘케이-안전’과 ‘케이-생존’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지구적 감염병과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서 정부도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혁명적인 전환이 있어야 최소한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녹색전환연구소가 5회에 걸쳐 연재(격주)한다. 서울에 살다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한 ㄱ씨. 화도읍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11만명 이상으로 늘어난 읍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귀촌인구 통계에 ‘귀촌인’으로 잡혔다. 도시에 살다가 농촌으로 간다는 의미의 ‘귀촌’을 했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ㄱ씨가 이런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는 귀촌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날로 오르는 집값 때문에 경기도로 이사한 것에 불과한데 졸지에 ‘귀촌인’이 된 것이다. 이것이 웃지 못할 귀농·귀촌 정책의 현실이다. _______
그야말로 ‘탁상 통계’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귀촌인 통계를 잡는 방식 때문이다. 도시의 동 지역에서 읍·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는 모두 ‘귀촌’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정부 통계를 보면, 2019년 전국에서 가장 귀촌을 많이 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경기도 남양주시(1만8937명)였다. 경기도 화성시(1만7899명), 경기도 광주시(1만6147명), 대구 달성군(1만4367명), 충남 아산시(1만2373명)가 뒤를 이었다. 모두 대도시 주변이고 새로 아파트를 짓는 곳들이다. 이 지역들의 읍·면을 편의상 농촌으로 분류한 탓에 이곳의 읍·면에 지은 아파트로 이사하면 뜻하지 않게 ‘귀촌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통계를 잡다 보니 대한민국의 귀촌 인구는 과대포장되어 있다. 정부 통계상으로 2019년 1년 동안 귀촌 인구는 44만4464명에 이르렀다. 2018년에도 귀촌 인구가 47만2474명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이 통계대로라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 가까이가 매년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짜’ 농촌 지역에 가보면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 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귀촌 통계는 이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탁상 통계’인 것이다. 귀촌 통계의 문제점은 2018년 한국통계진흥원이 작성한 ‘정기통계품질 진단 결과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실질적으로 귀촌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포함되어 귀촌 인구가 과다 포집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좀 더 세부적인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 실태를 파악하려면 면 지역의 인구 추이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읍만 하더라도 도시화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면 지역의 인구통계를 보면, 인구 감소 추세는 매우 심각하다. 전국의 면 지역 인구는 2010년 509만7천여명에서 2020년 467만8천여명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41만9천여명이 감소한 것이다. 1개 면의 평균 인구도 2010년 4241명에서 2020년 3958명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전국 1182개 면 지역의 평균 인구밀도는 1㎢에 63.49명이다. 반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1㎢에 1만5964명에 이른다.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서울의 인구밀도는 면 지역 평균 인구밀도의 251배다. 이렇게 집중된 인구는 주택, 교통, 교육, 환경 등 각종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가령 정부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려고 해도, 땅값이 비싼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재정이 들어간다. 교통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중심으로 더 많은 주변 지역에서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끊임없이 공사를 벌일 수밖에 없다. 농촌 인구의 과소화와 수도권 인구의 비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_______
급속하게 줄어드는 농민
한편 농민 수는 전체 농촌 인구의 감소 추세보다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2009년 119만5천여가구에 311만7천여명이던 농가 인구는 2019년 100만7천여가구에 224만5천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매년 8만7천여명씩 감소한 셈이다. 그런데 ‘귀촌’이 아니라 농촌에 가서 실제로 농사를 짓겠다는 ‘귀농’ 인구는 2019년 1만6181명에 불과했다. 귀농인이 과거보다 늘었다고 하지만, 줄어드는 농가 인구의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수인 것이다. 게다가 농가 인구 중에서 65살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더 암울하다. 2009년 34.2%였던 농가 인구 중 65살 이상 비율은 2019년 46.6%로 치솟았다. 이 수치는 앞으로 농가 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통계는 농촌과 농업의 미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농민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농사지을 농민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귀농을 해도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농사에 적응하는 데만 여러 해가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귀농한 청년 농부 한진희씨가 지난 6월 자신의 수수밭을 일구고 있다. 한진희 제공
올해 초 귀농한 청년 농부 한진희씨가 지난 6월 자신의 수수밭을 일구고 있다. 한진희 제공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해법이 농민기본소득이다. 농민기본소득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환경·경관을 보전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여 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농산물시장 개방이 이뤄지고 값싼 수입농산물이 몰려들면서 이미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는 많이 벌어진 상황이다. 2019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64.1%였다. 기후위기로 인해 농사짓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 지으려면, 농가소득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수밖에 없다. 특히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화석연료, 농약, 화학비료, 전기의 사용을 줄이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의 소득을 정부가 보전해주면서, 좀 더 친환경적인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미 유럽의 많은 국가는 직접지불금 등의 명목으로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스위스의 경우 모든 지역에서 정부가 지급하는 직접지불금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농사를 짓기 힘든 산악지대의 경우에는 직접지불금이 농가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우 농가소득 중에서 공적 보조금의 비중이 25.67%에 불과한 실정(2019년 기준)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특별시·광역시와 경상북도를 뺀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조례가 통과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다. 농가당 지급되는 액수는 연간 60만원에서 80만원 수준이다. 지급 액수가 너무 적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동원할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농민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18일에는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가 출범했고, 100만인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_______
뉴딜도 버린 농업·농촌
좀 더 나아가서 농촌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검토되고 있다. 농촌에는 농민만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기본소득의 지급 대상을 농촌 주민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농촌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복지·환경·문화·교육 등 다양한 일을 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만약 농촌주민기본소득이 효과를 봐서 인구가 분산되면, 인구 집중으로 인한 많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므로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경기도는 내년에 1개 면을 선정해서 그 지역의 전체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경철 박사(충남연구원)는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이 국가균형발전 1.0이고,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국가균형발전 2.0이라면 국가균형발전 3.0은 이제 농촌기본소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3일 대통령과 전국의 시·도지사들이 모여서 논의한 ‘지역균형뉴딜’에서도 농업과 농촌 얘기는 빠져 있다. 국회에 제출된 2021년 예산안에서도 농민기본소득은 아예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린뉴딜에서 ‘그린’이 빠졌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절박한 농업·농촌의 현실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이라도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하승수 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 _____________________
[인터뷰] 귀농 1년차 농부 한진희씨
한진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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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청년들에게 빈집 지원한다면” ―어떻게 귀농을 결심하게 됐나? “올해 만 서른이 됐는데, 어린 시절을 개발되기 전의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보냈다. 주변이 온통 논밭이고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작은 분교에서 자연을 벗 삼아 자랐다. 그때의 기억 덕분인지 네모반듯하고 화려한 도시의 삶이 어딘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좀 더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며 녹색당 당원이 되었고 농민 당원들을 만나 교류하게 됐는데, 농촌에서 생태적 가치를 지키며 소탈하게 살아가는 삶을 보고 일찍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귀농한 지역이 전남 보성인데 무슨 농사를 짓나? “올해 3월에 귀농해서 밭에 수수를 심었다. 그리고 지인들과 공동으로 11마지기의 논농사를 짓는 데 참여하고 있다.” ―귀농해보니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가? “농사짓겠다고 내려왔는데 막상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이야기는 ‘농사지어서는 먹고살기 어렵다’였다. 실제로 600평 밭에 수수를 심었지만 초보인데다, 이삭이 수정될 시기에 비가 자주 내려 수확량이 좋지 않다. 많아야 200만~3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예상하고 있다. 여름부터는 아쉬운 대로 인근의 공장에 주 4일 나가서 일을 하고 남은 시간을 밭에서 보내고 있다. 마음 같아선 내년에 땅을 더 빌려 농사에만 전념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크게 절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귀농하려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초기 소득과 주거, 그리고 농사지을 땅이 필요하다. 농사는 최소한 1년을 주기로 돌아가기 때문에 초기 소득이 문제다. 주거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귀농인의 집’이 있지만 계약 기간이 대부분 6개월이다. 농사에 적응하며 정착하는 데 몇년은 걸리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 농촌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빈집을 수리해서 몇년간은 살 수 있게 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청년 창업농에게 3년간 매달 일정액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던데, 해당이 안 되나? “지원을 해보려고 사업설명회에도 참여했는데, 일단 시기가 안 맞았다. 작성해야 할 서류 내용도 만만치 않다. 5개년 농사 계획서 및 자금조달 계획은 기본이고 전산으로 회계장부를 관리하는지, 홍보·마케팅을 위해 에스엔에스(SNS), 전시회, 방송 매체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의 내용을 적어야 한다. 경쟁률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공고가 나오면 신청은 해보려고 하는데 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귀농한 뒤에 몸은 고되지만 정신은 더 맑아져서 좋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만 좀 나아지면 더 재미나게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많은 활동도 기획해보고 싶다.” 하승수 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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