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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조 바이든에 일제히 대북 협상 권고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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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41
윌리엄 페리 “비핵화 외교적 해법 여전히 유효”
조셉 윤 “트럼프 싱가포르 회담 성과 이어가야”
로버트 아인혼 “점진적 비핵화 북 인센티브 필요”
커트 캠벨 “인도적 지원으로 북에 메시지 보내야”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위)이 11월 18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아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왼쪽 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필요한 지혜를 구하는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위)이 11월 18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아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왼쪽 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필요한 지혜를 구하는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11월 18일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화상 간담회를 했습니다. 윌리엄 페리는 1999년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윌리엄 페리가 화상 간담회에서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통일부 보도자료에는 딱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와 상황은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음.” 쉽게 말해서 ‘페리 프로세스 2.0’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었습니다. 더 자세한 발언의 내용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윌리엄 페리가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민주평통 행사에서 윌리엄 페리의 발언 내용을 조금 더 소개했습니다. 몇몇 언론의 보도를 간추리면 윌리엄 페리의 발언은 대략 이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는 다음 달에 조 바이든 당선자를 만날 예정이다. 오늘 화상 간담회 내용을 전달하겠다. 빌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건의하겠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각각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 조정관끼리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판을 짜겠다. 다만 바이든 당선자가 받아들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문제는 ‘관리’하는 차원으로 볼뿐 완전히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조금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우리의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북한 핵 문제를 외교 협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힌 것입니다. ‘페리 프로세스’는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의 여정에서 아름다웠던 성공의 추억입니다. 1999년 ‘페리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에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협상이 가능했습니다. 아쉽게도 2000년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가 당선되면서 ‘페리 프로세스’는 폐기됐습니다. 윌리엄 페리는 본래 대북 강경파였던 사람입니다. 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인한 ‘1차 북핵 위기’ 때 국방부 장관으로 ‘영변 핵시설 폭격 계획’을 입안했습니다. 1998~1999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와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으로 긴장이 높아지자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런 윌리엄 페리를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이 집요한 설득 끝에 협상론자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윌리엄 페리는 1998년 12월 한국을 방문해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포괄적 접근’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자기 생각과 너무나 달라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놀랐다고 뒷날 회고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수석은 어떻게 해야 한반도 냉전 구조를 해체하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평생을 연구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었습니다. 1999년 ‘페리 프로세스’가 완성됐습니다. <김대중 자서전>은 이 과정을 이렇게 기술했습니다.
9월 15일 페리 대북 정책 조정관은 ‘대북 정책 권고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것은 한·미·일의 향후 대북 정책 지침서였다. 페리 프로세스는 3단계 목표를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토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킨다는 것이다. 페리 보고서는 또 북미 관계 정상화 노력을 촉구했다. “핵과 미사일 위협을 종식시키기 위해 북한의 협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은 대북 수교를 포함해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페리 보고서는 미 행정부에 다섯 개의 정책을 권고했다. 첫째, 대북 정책의 포괄·통합적 접근 방식 채택, 둘째, 미 행정부 내 부서 간 조정 역할을 맡을 대사급 고위직 신설, 셋째, 한·미·일 고위정책협의회 존속, 넷째, 미 의회의 초당적 대북 정책 추진, 다섯째, 북한 도발에 따른 긴급 상황 가능성에 대비(주한 미군 주둔 필요성) 등이었다. 페리 보고서 발표로 ‘국민의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대북 ‘포괄적 접근 구상’은 본궤도에 올랐다. 보고서에는 우리 측의 제안과 의견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페리 보고서는 자주 외교의 성공적인 사례였다. 우리 외교 사상 처음 있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페리 보고서에서 제시한 대북 정책 이정표(로드맵)는 ‘페리 프로세스’라 불렸다. 하지만 나는 ‘임동원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윌리엄 페리가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의 말대로 조 바이든이 그의 건의를 받아들여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게 될지도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윌리엄 페리는 1927년생으로 미국 민주당 외교·안보 분야의 원로입니다. 그런 그가 외교적 수단으로 북한 핵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 핵 문제를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사람들은 윌리엄 페리 혼자가 아닙니다. 11월 20일 ‘최종현 학술원’이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을 주제로 화상 세미나를 했습니다. <연합뉴스> 정래원 기자가 기사를 이렇게 썼습니다.
북한 다뤄본 미국 전 당국자 “유화 메시지 보내 도발 막아야” -최종현 학술원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화상 세미나 북한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이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 도발을 막고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바이든 행정부에 조언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은 이날 최종현 학술원이 진행한 화상 세미나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초기에 도발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며 외교적 기회를 기다려달라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했던 것처럼 핵과 미사일 실험을 바이든 정부 초기에 할 수도 있다”면서 “대북 압박 조치로 북한을 도발하는 것부터 시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 차기 행정부의 제1차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다자외교를 통해 비핵화 협상을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도 “북한과 협상 의지가 있다는 것을 선언하면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바이든은 트럼프보다는 더 전통적인 방식을 취할 것”이라면서 “개인 차원의 외교나 아름다운 서신을 통해 중대한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인혼 전 보좌관은 “바이든 정부는 초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성급하게 추구하기보단 점진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이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 선언과 워싱턴·평양의 연락사무소 설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제재 일부 완화, 남북 협력사업 진행 등을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최고 핵 전략가를 지낸 개리 새모어도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 장기적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종전 선언을 중간 단계로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은 초기부터 막아야 한다”면서 “북한이 내년 1월 당 대회에서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제재가 강화되거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셉 윤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던 사람입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대표를 지냈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을 공개 지지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고위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19년 4월 워싱턴 시내 아시아그룹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19년 4월 워싱턴 시내 아시아그룹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조셉 윤은 11월 19일 통일연구원의 ‘미 대선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관련 한미 전문가 화상 세미나’에서도 흥미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여러 매체의 보도를 간추리면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관여의 문’이 열려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인정하는 게 시작점이다. 합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폐기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과의 채널을 연 것은 긍정적으로 기여한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성과는 이어받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주장입니다. 조셉 윤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은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목표”라는 말도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 즉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 및 평화체제 구축 구상과 꼭 같은 내용입니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을 공개 지지한 외교 분야 전문가 중에는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도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김한정 윤건영 의원이 11월 19일 커트 캠벨을 면담했습니다. 커트 캠벨은 우리 의원들에게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이 인내하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며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당선자 인수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이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 당선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 중에 대북 협상파가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신호입니다. 그래도 섣부른 전망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사를 시작하면 대북 협상파가 아니라 대북 강경파가 더 많이 포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주장했던 강경파 윌리엄 페리를 설득해 대북 협상파로 ‘전향’시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당선자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료들도 우리의 경험과 역량으로 설득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미국을, 북한을, 일본을, 중국을, 러시아를, 전 세계를 한반도 평화의 길로 견인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로 한반도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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