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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딸 44년 만에 '언택트 상봉'…유전자 채취로 극적 재회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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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관 유전자 채취 검사 통한 첫 상봉사례
경찰 “더 많은 실종아동 찾는 계기 되길”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윤상애(47)씨가 44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들과 화상통화로 만났다. 경찰청 제공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윤상애(47)씨가 44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들과 화상통화로 만났다. 경찰청 제공
“상애야, 상애야 너무 보고싶었어.” 44년 만에 잃어버린 딸을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 이응순(78)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하염 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씨에게 경찰이 “마스크를 벗으셔도 된다”고 하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내렸다. 눈물이 계속 흐르는데 얼굴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딸 윤상애(47)씨가 이씨의 얼굴을 보고 낯선 모국어로 “보고싶어요 엄마”라고 말했다. 이씨는 호적 서류를 보여주며 가족들이 잃어버렸던 윤씨를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호적에 너는 살아있어. 너 못 찾았으면 죽어도 눈 못 감고 죽었다.” 이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윤씨의 쌍둥이 언니 상희(47)씨도 울먹이며 “우리는 절대 널 버린게 아냐, 널 항상 찾고 있었어. 매일 매일 널 찾았어”라고 말했다. “멀리 가지 못하고 너 잃어버린 남대문 시장에서 40년 동안 계속 장사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너일까봐 봤는데 못만났다. 낯선 곳에서 말도 안통하고 다 낯설었을텐데 미안하다. 보고싶다. 빨리와.” 이씨가 말하자 윤씨는 다시 한번 어눌한 한국어로 “사랑해”라고 답했다. 이씨 모녀는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화상통화로 44년 만에 상봉했다. 미국 버몬트 주에 거주하는 윤씨가 한국에 올 수 없어 만남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윤상애씨의 가족들. 왼쪽부터 오빠 윤상명(51)씨, 쌍둥이 언니 윤상희(47)씨, 엄마 이응순(78)씨. 경찰청 제공
윤상애씨의 가족들. 왼쪽부터 오빠 윤상명(51)씨, 쌍둥이 언니 윤상희(47)씨, 엄마 이응순(78)씨. 경찰청 제공
이들의 만남은 지난 1월부터 경찰청·외교부·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시행 중인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한 첫 상봉 사례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윤씨와 같은 해외 입양인이 국내 입국하지 않고, 재외 공관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됐다. 1976년 6월 외할머니와 함께 외출했다 실종된 뒤 같은 해 12월에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던 윤씨는 최근 보스턴에 위치한 주미 한국 총영사에서 유전자를 채취했다. 외교부는 윤씨의 유전자 검체를 경찰청으로 보내 국립과학수사원 감정을 거쳐 가족관계임을 최종 확인했다. 44년 만에 딸을 찾은 이씨는 “끝까지 딸 찾기를 포기하지 않아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며 “이 소식이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윤씨처럼 실종 아동 등이 입양된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 스웨덴 등 14개국에 이른다. 정부는 1958년부터 2018년까지 총 16만7547명의 아동이 해외에 입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13개 국가 34개 공관에서 유전자 채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은 “장기 실종자 발견은 실종자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의 염원이 담긴 숙원 과제”라며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첫 상봉이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앞으로도 장기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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